2015년 3월 30일 일주일간의 학부모 상담기간인 첫 날이다. 학부모 총회와 아이들을 통해서 될 수 있는대로 한 분도 빠짐없기를 조금 욕심을 냈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의 마음에 박힌 아주 사소한 가시라도 빼내주어 가슴을 크게 열고 마음껏 날개짓 할 수 있는 나와 우리 아이들 행복한 2015년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덕분에 너무나 고맙게도 27명의 학부모 중 24명이 신청해 왔다. 그 첫 날부터 피곤할 때면 늘 입술 주위에 티를 내는 바이러스성 포진으로 불편하긴 했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어머님들을 기다렸다.
수업이 끝나기가 바쁘게 시작된 상담은 8시50분이 되어서야 끝났다. 너무나 소중하기도 하지만 잊지않고 약속을 지켜주기 위해 아이들 그림에서 읽은 마음들을 여기에 담는다.

- 이 친구는 늘 말이 없고 눈치를 보는 듯 나를 똑 바로 쳐다 보지 않아 마음이 아팠던 친구였다. 무엇이 이 녀석을 상대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하고 눈치를 보는 아이로 만들었을까?
"오늘 입은 후드티 참 멋지네. 아주 잘 어울린다."
"@@아, 선생님에게 사랑한다고 인사하기가 그렇게 쑥스럽 던?"
어떻게라도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싶어 교실에 들어서는 녀석에게 궁색한 너스레를 떨어보기도 했지만, 쉽게 웃어 주질 않던 녀석은 늘 나를 겸연쩍게 만들고는 했다. 그림에서는 엄마에 대한 외면과 아빠에 대한 문제가 엿보였는데, 상담 결과 지나치게 조급한 성격인 엄마의 지나친와 몸이 아파 힘든 아빠에 대한 염려가 감성적인 면이 강한 녀석을 아프게 하고 있는 것 같았다.

- 진단 결과 각 교과 성적이 우수하고 토론 학습에서 자기의 주장에 대한 확신과 의지를 보여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게 했던 이 친구는 나이 차이가 많은 동생에 대한 스트레스와 엄마와의 관계에 문제가 있어 보이는데, 그들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보인다. 평소 지나치게 자신감이 없고 소극적이며 자아가 부족한 성향을 보여 모든 행동에 머뭇거림이 심했다. 인지적 능력이 우수하여 어릴 때부터 무언가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본능이 작용한 것으로 보여 어머니와의 속 깊은 대화의 시간을 부탁드렸다. 우주가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알 때까지....

- 가족 모두가 각자의 일에만 몰두하느라 소통이 없고, 지치고 나약한 엄마에 대한 연민이 강한 이 친구는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해내는 과제 집착력이 강한 친구다. 강한 에너지로 운동도 좋아하고 무슨 일이든 열심이지만 잦은 거친 말투로 학급 내에서 갈등이 잦다.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을 자주 갖도록 하여 넘치는 에너지와 감정 표출의 기회로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부탁드렸다.

- 선생님이신 엄마와 목사님이신 아빠, 그리고 개구장이 동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유난히 머리 좋은 녀석은 자신이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는 너무 쉽게 체념해 버리고 무슨 일이든 빨리 쉽게 처리하려는 성향을 보였다. 자기 자신만의 공간으로 정서적 안정과 교과에 대한 심한 선호, 불호감을 극복해 나가도록 끈기와 집착을 지도해 나갈 것을 약속했다.

- 엄마와 지방에서 근무하시는 아빠의 잦은 입씨름, 개구장이 쌍둥이 동생들 틈에서 자신을 숨기고 싶은 S양은 3월에 전학 온 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급 내에서는 적극적 문제 해결자 역할을 스스로 하고 있는데 비해 가정에서는 자심의 힘을 발휘하지 않고 회피하고 싶은 성향을 보인다. 가장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정서적 지지가 필요했다.

- 양부모님 대신 동생을 돌봐야하는 아주 듬직하고 의젓한 녀석은 자신이 해결해야 할 너무나 많은 과제들 속에서 차라리 체념이라는 방법을 선택할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녀석은 어느 순간부터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것일까? 어머니는 작년 2학기 컴퓨터게임에 빠지면서 그런 같다지만, 게임에 빠지게 되는 것도 원인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모님의 만학으로 토요일까지 동생을 돌보는 이 친구에게 자긍심과 가족에 대한 배려심으로 이 모든 것을 떠 맡긴 다는 것이 무리인 듯 싶었다.

-엄마와 친할머니의 갈등, 사춘기 언니와의 갈등문제를 해결해야 할 과제가 스트레스로 작용하고 있는 이 친구는 다행하게도 자아존중감과 자기기대감이 좋은 편이어서 가정에서의 역할 분담과 정서적 지지를 부탁드렸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존감이 있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