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이야기

DUNY-1. 첫 번째 사직서

Duny 2015. 3. 29. 14:06

198032일은 전직 대통령의 시해사건과 소위 제5공화국이라 일컫는 희대의 대 학살사전으로 정세가 혼란하던 역사상 가장 아픈 시기였지만 소명감이라는 교직관이 투철했던 나에게는 희망과 설레임으로 시작된 스승의 길로 발을 디딘 첫 날아었다.

교대를 졸업하고 첫 부임지는 모란에서 시내버스로 20여분을 달려야 도착할 수 있는 지금은 분당이라는 거대 도시에 묻혀버린 작은 시골 동네인 12학급의 D국민학교였다.

5학년을 담임하게 된 나는 지금의 행정실 업무인 학교 경리와 재물, 교무보조, 환경 담당이라는 업무를 맡았는데, 이것이 교사로써의 나의 색깔을 결정한 중대한 계기가 되었던 것 같다.

그 중 하나의 사건은 인근 가구 공장으로부터 기증 받은 사무용 의자를 처리하면서 시작되었다. 분명 기증받은 의자는 그 절차를 거쳐 학교 비품 목록에 기증으로 처리했어야 할 것은 교대 학과목에서 배우지 않았어도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학교장은 꽤 많은 양으로 기억되는 그 의자를 구입한 것으로 처리하도록 했다. 물론 난 거절했고, 기증 받은 사무용 의자의 처리는 현명한 교장 선생님과 능력있는(?) 선배 교사에 의해 잘 처리되었다.

그리고 내가 첫 번째 사직서를 썼던 두 번째 사건은 몇 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이루어지는 학교 재물조사를 하면서 일어났다.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던 학교의 재물을 새내기 교사가 처리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 난 겁이 없었고 별 어려움없이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구입한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던 내 첫 달치 봉급의 대여섯 배는 족히 되었던 전자 기계(그게 무엇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가 학교 기사님의 도음을 받아 며칠을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고민 끝에 나의 보고를 받은 물품 담당관인 교감선생님의 지시 사항은 너무도 쉽고 간결했다.

 "그럼 폐기처리 해."

"예? 이거 재 작년 말에 구입한건데요?"

물론 구입년도가 2년을 채 지나지도 않은 그것도 소모품도 아닌 비품을 폐기 처리하라는 지시를 거역한 것은 나로써는 너무나 당당하고 당연한 일이었다.

"폐기 처리하면 되잖아!"

그럴 수 없습니다. 어떻게라도 찾아서 물건의 상태를 확인 한 후 근거를 남기고 폐기는 그 때해야 하지 않습니까?.”

어린 것이 건방지게 하라면 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

그럼, 교감선생님 말씀대로 처리하겠으니 모든 책임을 교감 선생님께서 지시겠습니까?”

내가 왜 책임을 져? 당연히 담당자가 책임을 지는 거지,”

이렇게 교감선생님의 언성은 높고 거칠어졌으며, 그럴수록 난 겁없고 건방지며 버릇없는 교사가 되어야만 했다.

그리고 무슨 용기가 나서인지 난, 사표를 써놓은 채 학교를 나왔다. 그 일이 어떻게 마무리 되었는지 지금은 기억에 없다. 다만 집으로 나의 사직서 제출 건은 찾아 온 교무부장의 만류로 난 다음 날 학교에 다시 출근을 했고 그 날 이후 학교 재물관리와 관련된 어떠한 업무도 내게 주어지지 않았다.